7월1일 현재, 85호 크레인을 지키는 8명의 노동자 사수대 중 한 명인 박성호 한진중공업 조합원이 글을 보내왔다. 김진숙씨가 제2차 희망의 버스가 갔던 6월11일 “박창수 위원장 시절 상집간부를 했고 해고됐고 징역 세 번 갔고, 김주익·곽재규의 목숨값으로 15년 만에 복직됐다 이번에 다시 해고됐습니다. …(그가) 날라리들과 어울려 춤추는 모습을 보며… 손뼉을 치면서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이다. 아래는 그가 6월26일 ‘제2차 희망의 버스를 기다리며’라는 주제로 보내온 글이다.
<font color="#1153A4"> 조합원을 다시 일으켜세운 것은 ‘희망의 버스’였습니다. …현장에 들어온 희망 버스 시민들을 보는 우리 조합원들의 눈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습니다. …희망 버스를 보내는 아쉬움과 함께 조합원들에게 밀려오는 공포가 있었습니다. 동지들이 떠나고 나면 회사는 즉각 용역과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잠시뿐… 공권력 침탈을 반대하는 여론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이처럼 ‘희망의 버스’가 투쟁의 새로운 물꼬를 틔워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장은 마냥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은 아닙니다. 6월17일 오전 10시 ‘출입가처분 결정 고시’를 부산지방법원 집행관들이 현장에 와서 부착했습니다. …6월30일이 ‘고비’라고들 말합니다.</font>
그러나 그가 글을 보내온 다음날인 6월27일 법원은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쫓겨났다. 그에게 글의 수정을 요청할 길이 없었다. 6월28일, 크레인 위에서 비를 맞으며 평생의 동지 김진숙을 지키는 그와 겨우 통화가 됐다. 밀려드는 공권력과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는 와중이었다. 아래는 그의 말을 요약한 것이다.
<font color="#1153A4"> 담담해졌다가 외롭다가 왔다갔다 해요. 싸움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공포가 밀려와요. 젊은 동지들은 더 그런 것 같은데…. 위로는 김진숙 지도위원도 봐야 되고 아래로는 공권력도 막아야 되고. 혹시 김진숙 지도가 안 보이면 “김 지도” 부르고. 용산 사람들이 죽고 싶어서 죽었겠습니까. 우리가 폭도도 아니고 최대한 맨몸으로 항거하자 그러죠. 그런데 우리를 ‘죽일라꼬’ 하니까…. </font>‘김 지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동자가 공중전까지 치르는 기막힌 현실. 그는 “회사 사람들이 담장에 철조망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의 버스에 탄 시민들이 넘었던 담장이다. 군사정권 시절, 그 담장에 철조망이 있었단다. 그래도 그는 “남은 희망은 희망의 버스”라고 말했다. 비록 정리해고 철회를 당장은 못 이뤄도 “희망의 버스가 앞으로 이어질 해고자 복직투쟁, 민주노조 세우기에 크나큰 힘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보내온 글은 이렇게 끝난다.
<font color="#1153A4"> 희망의 버스가 희망의 배로, 희망의 공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투쟁하겠습니다. 희망의 버스가 한진중공업에 도착할 때쯤이면 85호 크레인을 중심으로 치열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투쟁 속에서 당당하게 당신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font>이렇게 그의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2003년 1월 의 ‘이달에 만난 사람’에 나온 당시 42살의 박성호씨는 “처음에 배달호 열사가 죽었다고 했을 때 젊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50살이더라고요. 그 나이에 오죽했으면 분신을 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배달호 두산중공업 위원장이 소신공양한 50살에 고1 예슬이, 중3 슬옹이의 아빠 박성호씨는 흔들리는 크레인 위에 있다.
정리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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